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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 수집 윤리 논란 속 레딧과 앤트로픽의 충돌, 소송으로 번진 사용자 권리 문제

최지환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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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개발을 둘러싼 투명성과 책임, 레딧이 제기한 소송이 업계에 던지는 신호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 레딧이 인공지능 스타트업 앤트로픽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AI 산업 전반에 걸쳐 심화되고 있는 데이터 수집과 윤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 소송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에 제기되었으며, 레딧은 앤트로픽이 자사 플랫폼에서 약 10만 회에 걸쳐 무단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자사의 AI 모델인 Claude의 학습에 활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레딧은 해당 행위가 계약 위반과 동산 침해, 부당한 이득 취득, 불법적인 방해 행위, 그리고 불공정 경쟁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손해배상 및 부당이익 환수, 데이터 추가 사용 금지를 포함한 법원의 영구적 명령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레딧이 자사 플랫폼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고, 사용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앤트로픽은 2024년 7월 이후 레딧 플랫폼에 대한 접근을 중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레딧 측은 이후에도 앤트로픽이 지속적으로 자사의 웹사이트에 접근해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앤트로픽이 자사의 웹 크롤러 활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robots.txt 파일에 명시된 접근 제한과 레딧의 사용자 약관을 무시한 채 데이터를 긁어갔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레딧은 현재 OpenAI, Google과 같은 대형 AI 기업들과 공식적인 데이터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으며, 해당 계약은 콘텐츠의 활용 범위, 사용자 삭제 요청 처리, 데이터 보호 방안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계약은 플랫폼의 데이터가 책임 있는 방식으로 활용되도록 하는 방어 장치로 작용한다. 그러나 앤트로픽은 이와 같은 협의 요청을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로부터 동의를 받지 않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플랫폼 운영자와 AI 개발사 간의 이해 충돌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삭제된 게시물이나 민감한 사용자 정보까지 수집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개인정보 보호와 윤리적 AI 개발 기준에 대한 문제도 함께 떠오르고 있다. 레딧은 앤트로픽이 ‘신뢰 기반의 AI 개발사’로 포지셔닝하며 ‘백기사’ 이미지를 구축해온 것과 달리, 실제로는 플랫폼의 규칙과 사용자 권리를 무시한 채 무단 활용을 감행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앤트로픽은 이에 대해 레딧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자신들은 데이터 접근을 자발적으로 중단했을 뿐 아니라 라이선스 협의를 시도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딧은 반복적인 경고 이후에도 데이터 수집 행위가 중단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소송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 콘텐츠 플랫폼들이 AI 기업의 무단 데이터 수집에 대해 법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레딧의 이번 조치는 해당 흐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와 같은 사례는 AI 산업이 기술 발전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사용자 권리와 데이터 윤리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지고 있다. 향후 이 소송의 결과는 유사한 상황에 놓인 플랫폼과 AI 개발사 간의 관계 설정에도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지환

기술의 본질과 그 파급력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IT 산업 전반에 걸친 변화의 흐름을 날카롭게 짚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클라우드, 반도체, 사이버보안 등 빠르게 진화하는 분야에서 핵심 이슈를 선별하고, 일반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맥락을 갖춘 보도를 지향합니다. 기술 자체보다는 그것이 산업과 사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관찰하고, 기업 전략, 기술 규제, 사용자 경험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각종 기술 행사와 컨퍼런스를 직접 취재하며, 깊이 있는 분석과 균형 잡힌 시각으로 독자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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